기록영화작가 위 광이 감독이 4년의 세월에 걸쳐 찍어 낸 다큐멘터리. 무대는 지금까지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중국동북지구의 산간 지역. 한 가난한 마을에 사는 샤먼들의 삶에 카메라를 향한다.
많은 양의 담배에 연기를 피우고 밖을 거닐다 가래를 뱉는다. 그런 꾸밈없는 노인들의 일상은, 하지만 기도라는 비일상에 인접하고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사람이 변하듯이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의식의 시작은 결코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가벼운 ‘마실’과 같은 의도가 있다. 일상 생활을 분명히 이어 나가면서도 진행되는 그들의 행위는, 어느새 우리들을 이 세상과는 다른 차원으로 도착하게 한다.
정신을 차리면 어떤 이는 실신하고, 어떤 이는 쓰러지고, 어떤 이는 피를 토하고 있다. 카메라는 동요하고 있지만 샤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당연한 것처럼 끝나고, 또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그들에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닐까?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는 듯한 감각으로, 이상할 정도로 텐션이 높은 시공간을 낳고, 인간미 넘치는 아주 신선한 리듬을 연주하는 그 모습이 예를 들자면 집 근처 이발소가 생각치 못하게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신비한 안도감을 가져다 준다. 의기양양한 그들의 ‘이야기’는 묘함도 있고, 약간 특이한 친척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착각이 찾아온다.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샤먼의 마을’
감독:위광이(YU Guangyi)
제18회 도쿄 필름엑스 2017 경쟁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