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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왕빙의 87분, 크나큰 변화
필름엑스2017 중국・타이완・홍콩영화의 현재⑤
‘미세스 팡’ (홍콩・프랑스・독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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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로카르노 영화제 그랑프리에 빛나는 왕빙의 최신작. 알츠하이머로 누워만 있고, 주변과의 커뮤케이션을 거의 하지 못하는 한 노인의 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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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얼굴’의 영화이며, 동시에 ‘시간’의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애당초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착각했던 그녀의 표정으로부터 이윽고 다양한 감촉을 얻어 나가게 된다. 입이 아주 조금 벌어지고 혹은 눈이 어렴풋이 촉촉해진다. 그러한 미세한 변화가 쌓여 피사체와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논리를 뛰어넘은 친밀감을 파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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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감각. 그녀의 침대 옆에 초대된 듯한 감격. 그것은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대하려는 관객의 고정관념이 천천히, 편안하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영화는 그녀를 돌보는 여성이나 가족, 문병을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례차례 프레임에 담아나가지만, 그 사람들의 살아가는 시간도 또한 변화가 없어 보이고, 하늘의 그라데이션과 같이 담담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변화하며 이동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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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빙은 전년도에 완성한 152분짜리 ‘비터 머니’를 포함해, 긴 영화와 콤팩트한 영화 사이를 다채롭게 옮겨 다니고 있지만, 세계현대영화사에 그야말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것 같던 이 감독 자신이, 지금 크나큰 변화의 도중에 있다는 것을 느긋하게 이해할 수 있는 87분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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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미세스 팡’
감독:왕빙 (WANG Bing)
제18회 도쿄 필름엑스 2017 특별초대작품

http://filmex.net/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