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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 디아즈. 필리핀의 괴물 작가, 그 두려울 만한 업적
아이다 토지  × 고바야시 준이치

영화 관련 집필, 소설화를 담당하는 아이다 토지에게 아시아 영화에 대해 A PEOPLE 편집장이 질문해 나가는 대담 연재. 이번에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상영시간 3시간 38분의 대작,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감독 작품 ‘떠나간 여인’(2016・필리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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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준이치 (이하 고바야시)  ‘떠나간 여인’을 보시고 어떠셨나요?

아이다 토지 (이하 아이다)  있을 법하면서 없었던 경험. 좋은 의미로 말을 잃었습니다. 행복이라고 하는 절구(絕句)가 있었습니다.

고바야시  무언가 제가 배웠던 영화 문법이나, 믿어왔던 영화적인 것 등이 통용하지 않는 세계에 들어와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를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이 롱 테이크(long take)입니다. 전반적인 헐리웃 3D영화적인 부분에 반발한 슬로우 시네마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Apichatpong Weerasethakul)과 함께 라브 디아즈도 그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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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아피찻퐁은 아트(art)이지요. 저번에 전시회도 보러 다녀왔습니다만, 영화는 아트의 연장선에 있고, 그에게는 (아트와) 같은 것. 그러나 디아즈는 아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롱 테이크는 ‘다큐멘터리’ 또는 소마이 신지(相米慎二)와 같은 강한 ‘극(劇)’적 성향이라는 방향으로 향하지만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고바야시  테오 앙겔로프로스(Theo Angelopoulos), 타르코프스키(Andrei Arsenyevich Tarkovsky), 벨라 타르(Tarr Béla)의 롱 테이크에는 야심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만, 애당초 그런 것이 없네요.

아이다  거의 픽스. 영화라는 것은 붙박이 카메라여도 무언가 감동이 찾아온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지요.

고바야시  영화 전체에 구애받지 않고 각 씬만을 바로 보면 즐겁고 두근두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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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계속 픽스이기 때문에 가끔 카메라가 패닝(panning)되기만 하더라도 감동하게 됩니다. 보는 쪽의 시선은 (고정에) 적응되기 때문에 움직이거나, 클로즈업하기만 하여도 감동하는 것이지요. 얼굴도 제대로 찍지 않았어요. 그래서 ‘얼굴이 나온다’고 감동합니다. 좋은 의미로 ‘영상 종이 인형극’. 그림을 보고 있었더니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구나’ 그런 기쁨. 씬으로서는 하나의 그림이 되어 완결되어 있습니다. 연속성이나 스토리나 구조나 세계관이나 그런 것을 통합하려고 관객들은 노력합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고바야시  디아즈가 자신의 영화가 아무리 길어도 브레이크 타임을 넣지 않은 상영을 바라는 것은 전체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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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미조구치 켄지(溝口健二)부터 소마이 신지(相米慎二)에 이르기까지의 긴 역사 속에 관객에게도 배우에게도 롱 테이크의 만족감・성취감을 주지 않는 첫번째 영화작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조해 두고 싶은 건, 조금도 이해할 수 없지 않다는 것이지요.

고바야시  맞습니다.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줄거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씬들을 대하고 있자면 지금까지 못했던 영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