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지역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저서는 40권을 넘는다. 정열적으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에 사는 기행작가 정은숙씨. 그녀의 저술 20주년을 기념하여 도쿄에서 열린 첫번째 토크 이벤트 ‘한국전토, 마시고, 걷고 20년’이 4월 21일(토)에 이다바시에서 열려 독자 약 70명이 몰려왔다.
‘맛있는 막걸리가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렇게 말하는 정은숙씨의 대명사는 역시 술집기행. 그러나 그녀가 서두에 이야기한 건 의외로 그녀의 뿌리, 취재로도 방문한 2곳의 고향이었다. 아버지의 고향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대성공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땅으로 알려져 있으며, (외국) 관광객에게는 조금 문턱이 높지만, 영화가 상징하는 것처럼 인정미 있는 도시라고 한다. 또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분단전의 북한에 대하여 복잡한 심경을 밝힌 정은숙씨.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의 관계가 달라지고, 국민들도 휩쓸려 왔다. 지금은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없는 개성을 찾았을 때의 한장의 사진을 들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런 그녀의 원점이자 집필의 원동력이기도 한 2 지역을 그 입구로 한국 전토를 찾아다닌 그녀의 기행 토크가 시작되었다.
1부(12시15분 회차·100분)에서는 저서 10권을 주제로 토크를 펼쳐나갔다. 정씨가 집필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은 일본문화가 개방된 시기와 겹친다. 이웃나라면서도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고, 일본에서 출판되는 책이라고 하면 ‘일본에서 NHK가 왔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적이 있다고도 한다. 대표작 ‘막걸리 여행’을 쓴 2007년. 당시 한국에서 막걸리는 유행에서 뒤쳐진 술이었다. 각지의 양조장을 찾아다닌 그녀에게 ‘시골이니까 어쩔 수 없이 많들고 있을 뿐이야. 한잔 마시고 나면 돌아가’라는 가차없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 한국에서 일대 막걸리 붐이 일자 완전히 바뀌었다. 일본의 한류 붐의 도움을 받아 2012년 발간된 ‘한국주장 기행’에서는 효모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발효중에 음악을 들려주는 특이한 기법으로 주조하는 양조장을 취재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세상도 담아낸 취재 비화가 차례차례 소개되었다.
2부(14시40분 회차·100분)에서는 ‘막걸리나 양주가 마시고 싶어지는 한국영화 ‘술집’ 명장면’이라는 주제로, 영상으로 술집 신을 소개. 한국전쟁 후의 모습을 그린 ‘오발탄’(1961년)에서는, ‘마시기 시작하면 끝까지 앉아 마시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드문 선술집 신이 등장한다. 또 ‘고래사냥’이 방영된 1980년대에는 자택의 한곳을 술 마시는 곳으로 하는 일도 많았다는 씬을. 나아가 한국에서 역대 관객동원 2위를 기록한 히트작 ‘국제시장’(2014년)에서는 부산 해안가의 개방적인 야외 술집 장면을 소개하는 등, 시대와 지역성이 짙게 반영된 영화를 통한 술집문화사에 참가자들도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1부, 2부에 걸쳐 술과 안주, 술집의 영상이나 에피소드가 곳곳에 끼어들어 토크가 끝나자 참가자들의 ‘마시고 싶은 열기’가 최고조로.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장소를 이다바시구 오야마의 고깃집 ‘SANKYU’로 옮겨 2차를 진행하였다. 정은숙씨가 직접 막걸리를 들고 각 테이블을 돌며 친분을 깊이 하고, 한국 술집의 밤은 성황리에 저물어 갔다.
취재·글 우지 유미코(宇治有美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