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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이준동
명화 프로듀서가 ‘배우’가 될 때

Photo by : Kyeong-yong Shin (STUDIO DAUN)

명장 이창동 감독의 동생인 이준동은 ‘버닝 극장판’이나 ‘시’ 등, 형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시작으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도희야’ 등 많은 수작에 손을 댄 한국영화계의 손꼽히는 제작자이다. 이와 동시에 장률 감독 작품 ‘경주’에서는 주인공이 끌려간 가게의 옆방에서 술을 마시는 남자를 연기한 이후 ‘필름시대사랑’, ‘춘몽’부터 최신작인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까지 항상 기용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장률 감독과의 만남이나 자신의 연기, 작품에 대해서 물었다. 현지 한국에서의 독점취재.


———‘경주’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장률 감독님이 ‘경주’를 만든 것은 저의 형이 감독을 경주에 데려 간 것이 계기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감독님이 ‘경주’에 출연해 달라고, 다짜고짜 연락을 받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테이블에 올라가는 남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에요. 감독님과는 평소에도 술친구여서 언제나 하듯이 하면 된다고 했어요. 전에 제가 제작한 ‘오아시스’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애당초 저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단지, 독립영화여서 출연료를 지불하면서 캐스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처음에는 정말로 술을 마시고 테이블에 올라가려고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마시지 않고 맨정신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당시에 24시간 촬영 태세였는데, 저와 함께 출연한 송호창씨는 새벽에 호출받고 현장으로 왔습니다. 테이크 1에서 제가 테이블에 올라가려고 하니 송호창씨가 저한테서 멀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감독도 아닌 주제에 ‘좀더 몸을 테이블에 가깝게 하는 게 좋겠다’고 디렉션을 하기도 해서 다음 테이크 2에서 제대로 맞췄습니다. 연기 재능이 없는 지도(웃음).

———완성된 ‘경주’를 본 소감은?

작품은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의 작품 전체에서 일맥상통한 부분이지만 공간이나 인물, 우리들이 살고 잇는 세상을 그리는 방식이 대단히 독특하고 탁월합니다. 저는 감독님의 작품은 모두 좋아합니다. 중국에서 촬영한 감독님의 분노섞인 작품도 좋아하고, 한국이 오시고 나서는 그 분노가 진정되었다고 하기 보다는, 분노를 즐기게 된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모습을 비틀어서 훔쳐보는 그의 연출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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