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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씨의 연기에 대한 연출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출연한 영화 중에 디렉션이 필요했던 것은 ‘춘몽’정도일까요. 출연 신도 많았고, 제가 연기한 예리의 아버지의 성격에 대해 감독님과 서로 얘기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뭔가 하려고 하지마’라고 하셨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서 비탈길을 내려 오는 신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비탈길에 올라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자살하기 위해서? 아니면 누군가를 밀어 떨어트리기 위한 걸까? 등 그의 심경이나 동기가 신경쓰였어요. 그것에 대해 감독님은 ‘그냥 해봐’라는 말만 하는 거에요. 감독님은 공간이나 인물 등 모든 촬영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을 그리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작품에도 계속 출연하셨지요.

왠지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장률 감독 전속배우’처럼 되어서 다른 작품 측에서 오퍼가 들어오면 장감독님이 화를 내요(웃음). 장률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 안 하겠다’고 거절하면, 촬영 전날에 프로듀서가 찾아 옵니다 감독이 프로듀서를 괴롭히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프로듀서의 사정을 생각해서 현장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는 출연 안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마치 제가 영화에 나가고 싶어서 사정하는 것처럼 생각될 것 같아서…. 진짜 배우도 아닌데도,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감독님은 제가 출연 안 하면 불안하다거나, 영화에 사고가 생긴다고 하면서 부적처럼 저를 쓰고 있어요(웃음).

———이준동씨가 본 인간 장률 감독은 어떤 분인가요?

장감독님은 한국에서는 이제 사라진 옛날 사람의 감성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아저씨 개그를 매우 재미있게 즐겁게 얘기할 수 있어요. 희미해져 가는 한국만의 정서가 그에게 느껴집니다. 그걸 좋아해요.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저와 마찬가지로 매일 마시는 걸 거르지 않아요. 항상 마시면서 이야기합니다만, 그를 뛰어넘는 술친구는 없습니다. 그런 감독님이 신경쓰는 건 ‘살아가는 게 이걸로 괜찮냐?’는 영화적 질문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에 흔치 않은 감독님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주’에 대해서 코멘트를 부탁합니다.

‘경주’는 일본 관객에게 받아들여질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그 이유는 이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감독의 공간이나 사람, 시간을 비튼 연출을 좋아하실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장르적으로도 일본 분들에게 있어 익숙함이 있을 것이고,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Written by:오다 카오리(小田 香)


<프로필>
이준동
1957년, 대구에서 6형제 중 4남으로 태어난다. 20대에는 연극에 열중하여, 연출의 길로. 1993년 형 이창동이 각본과 조감독을 맡은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제작관리를 담당. 2000년 형이 반대하였지만 경영하는 회사를 접고 영화계에 들어와, 2002년 ‘오아시스’에서 프로듀서를 맡음과 동시에 단역으로 출연도 하였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 외에 ‘인어공주’(2004), ‘두번째 사랑’(2007), ‘여행자’(2009),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2011) 등에 관여하였다. ‘나우필름’, ‘파인하우스필름’이라는 2개의 영화 제작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근에 프로듀스한 작품은 설경구, 전도연 출연작인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