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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경계를 선명히 걷어낸 셀렉션

지난 11월 26일 제18회 도쿄 필름엑스가 폐막하였다. 올해는 최우수 작품상이 2편 선정된 대단히 이례적인 결과.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두 작품 다 자카르타 출신 여자감독의 손에 의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이 영화제의 ‘지금부터’를 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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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프로듀스를 맡은 옴니버스 영화 ‘사라진 시간들’ 중 1편인 ‘봉춘 (逢春)의 마지막에서 지아장커 감독은 ‘과거는 과거. 미래는 지금부터’라는 말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는 20세기의 최종판으로 태어난 이 영화제, 그리고 영화라는 미디어에게 보낸 꽃다발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경계를 넘는다는 것. 그건 여기에 모인 영화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의지이지만 애당초 영화에는 국경이나 언어 등 미리 정해진 경계선을 밟고 넘는 파워가 있다. 특히 올해는 픽션 /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선명히 걷어낸 셀렉션이었다. 그 중에서도 강력하게 이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 이가라시 고헤이(五十嵐耕平) 감독과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더 나이트 아이 스웸’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24 프레임’이다.

‘더 나이트 아이 스웸’에서는 6살의 소년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어시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겨우 한나절의 모험담은 철저하게 고독하다는 것의 유쾌함과 슬픔이 동시에 존재하는 흔치 않은 픽션이기도 하며, 고가와 다카라(古川鳳羅)라는 연기 경험이 없는 남자아이의 무의식이 그 육체에 의해 활극화 되듯이 참여하는 뛰어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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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사가 전혀 없고 인간의 모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24 프레임’은 ‘24장의 무빙 픽쳐’라고 해도 좋을 개념의 작품이지만 아트에서 도피하는 일 없이 허구와 현실의 경계선을 발견해 내려고 하는 관객의 딱딱한 사고를 마술처럼 순수히 지워나간다. 봐라. 크리에이터의 웃음이야말로 영화를 전진시킨다. 그렇게 실감하게 만드는 행복한 한때였다.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제18회 도쿄 필름엑스 TOKYO FILMeX 2017
http://filmex.net/2017/

‘더 나이트 아이 스웸’
http://oyogisugitayoru.com/

‘조니를 찾아서’ (타이완 2017)
‘잠자리의 눈’ (중국 2017)
‘샤먼의 마을’ (중국 2017)
‘엔젤스 웨어 화이트’ (중국 2017)
‘미세스 팡’ (홍콩・프랑스・독일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