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련 집필, 소설화를 담당하는 아이다 토지에게 아시아 영화에 대해 A PEOPLE 편집장 고바야시 준이치가 질문해 나가는 대담 연재. 7월21일에 열린 토크 라이브에서도 다뤄진 테마는 ‘홍상수’. 이번 대담에서는 특히 ‘김민희’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다 토지 (이하 아이다) 토지 이번 시리즈 기획 ‘각각의 홍상수’에서 기쿠치 나루요시, 장건재, 아오야마 신지, 이구치 나미에게 들어왔지만, 홍상수는 물론 김민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부분이 각각 달랐어요. 영화로서는 기쿠치씨가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아오야마씨가 ‘그 후’, 이구치씨가 ‘클레어의 카메라’를 가장 추천했습니다. 그 큰 이유에 김민희라는 존재가 있어요.
고바야시 준이치 (이하 고바야시) 준이치 아이다씨는 ‘그 후’이지요.
아이다 고바야시씨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지요. 그 점을 물어보고 싶어요. 거기부터 ‘김민희론’을 시작하고 싶어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고바야시 ‘밤의 해변’을 보기 전 날, TV에서 ‘정열대륙’을 봤어요. 나카무라 안 편이었어요. 신분은 여배우·모델. 잘 만들어졌는 지가 아니라 ‘밤의 해변’을 봤을 때 생각해 버렸어요. ‘밤의 해변’의 김민희는 자유롭게 합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물론 연출된 부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예를 들어 코트는 윗 단추밖에 안 잠급니다. 홍상수의 지시가 아닙니다. 스타일리스트가 말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의자에 앉아서 그 코트를 벗을 때 엄지를 밑에서 집어넣어 힘껏 단추를 풉니다. 이건 본인이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영화에 그런 일은 자주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동작이나 행동거지가 스토리에 공헌하지 않아요. ‘정열대륙’이 아닌가 하고. 모델이란 삶의 태도 등에 형태를 강요받지요. 여기에서의 김민희는 여배우이지만 모델에 좀더 가까운 존재라고 할까,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로 보여요. 그렇다면 다큐멘터리인건가. 예를 들어 로재나 아켓이 찍은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에서는 여배우가 실명으로 나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건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배역의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김민희 자체가 거기에 계속 있어요. 그런 느낌을 받아요. 꽤 많은 여배우의 영화를 봐 왔지만, 이런 영화는 거의 없어요. 그걸 성립시키는 김민희의 존재에 감동했어요.
아이다 원래 남자는, 남자 영화감독은, 여배우 다시말해 여성을 연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생리학적으로도 다르고, 육체도 달라요. 결과적으로 미화하던가 멸시한다는 사태가 일어나 버려요. 픽션에 능숙한 영화감독이라도, 여배우 = 여자는 컨트롤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연기해 주길 원하는 남자의 욕망을 받아들이면서, 그 사람 자신의 무언가가 누락되 버려요. 그 사람한테만 있는 반짝임을 찾아내기 위해서 역할이나 시추에이션이나 조명이 있겠지요. 그러나 고바야시씨가 말한 단추를 푸는 것 같은, 일상적인 것이 남는 것이지요. 그건 그 사람이 살아온,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 지 같은 것. 옷과 어떻게 마주하는 지 그건 이미 철학이나 미학과 비슷한 것. 식사를 하는 신은 그게 나오니까 무서운 거에요. 러브신이나 키스신은 태세를 갖추잖아요. 평소의 섹스는 보여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식사 신은 평소 모습이 나와 버려요.
고바야시 ‘밤의 해변’에서는 김민희가 담배를 피는 신이 많잖아요? 담배를 피는 신은 뭔가, 예를 들어 샬럿 램플링이라면 팜므파탈적으로 왠지 멋있게 피잖아요. 김민희는 뭐라할까. 공기를 뱉는다기 보다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어요. 홍상수는 의도와는 별도로 김민희의 호흡을 찍고 있어요. 숨결이 전해져 와요. 그건 연기한다기 보다는 김민희에게 있는 어떤 종류의 절절함이겠지요. 대단히 스릴있는 상태로 여배우를 찍는다, 여자를 찍는다라고 계속 생각해 버렸어요.
아이다 ‘밤의 해변’은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다음으로 찍었어요. 안정된 상태에서 스캔들이 터지면서, 홍상수 나름의 조심함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귀기 시작한 남녀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에 가까울 지도 몰라요. 스캔들이 났기 때문에 더욱더 찍을 수 있었던 영화이면서 구태여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마음씀씀이가 있었을 거에요. 좋은 의미로 홍상수는 각오를 다지지 않았던 느낌이 있어요. 김민희의 자유를 느꼈어요. 만약 배우 김민희를 논한다면 ‘밤의 해변’인 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