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문제를 이른 시기부터 품고 있던 양방언. 그런 그에게 인생의 힌트를 준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여러 밴드에 참여. 록, 재즈, 퓨전 같은 장르의 벽을 넘어서 여러 음악 동료를 얻음으로써 다시 쾌활한 생활을 되찾아 갔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살아갔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 많았고, 그것들이 저를 구원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더 저에게 컸던 점은 피아노를 계속 배워왔던 음대 선생님의 존재입니다. 클래식 연습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그 선생님께서는 ‘록도 재즈를 해도 좋으니까 여기만은 꼭 다녀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레슨 중에 NHK교향악단 트럼펫 연주자분, 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분 등, 당시의 저희와는 접촉이 없었던 음악가와 연주하게 해 주신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가 죽어 있었지만, 앙상블을 거듭하던 중에 다른 장르의 뮤지션과 함께 연주하는 즐거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그 때의 영향이 지금도 다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장르도 다 할 수 있어’가 아니라 여러 음악을 접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즐거운 장소를 연출 하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클래식에 특화해서 자신을 갈고 닦는 음악을 추구하는 인생은 당시부터 불가능하다고 깨달았거든요.”
아버지의 희망대로 의사가 되기 위해 니혼의과대학에 진학. 대학병원에서 마취의로 근무하면서도 좀처럼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양방언은, 1년만에 병원을 그만두고 프로 음악가로의 길을 밟기 시작한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록 뮤지션 ‘하마다 쇼고’(浜田省吾)의 백밴드를 시작으로 수많은 아티스트와 협연, 악곡 제공, 프로듀스를 하였다. 일본의 음악계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키워 나가던 양방언에게 국경을 넘어 활약할 계기가 된 것은 홍콩의 전설적인 록 밴드 ‘BEYOND’의 프로듀스를 맡게 된 일이었다. 당시에 “받아 들여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양방언을 나아가게 한 것은 아버지가 남긴 말이었다.
“딱 그 무렵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만 이전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우리 세대는 일본에 와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나는 지역 사람들을 위해 의사가 되어 공헌하고 공존해 왔지만, 너희 세대는 더욱더 밖으로 나가서 해외 사람들과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말씀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 간 것이 BEYOND의 프로듀스를 받아들이게 된 하나의 요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당시 홍콩은 아직 중국에 반환 전이었습니다. 중화권 쪽 일은 처음인 데다가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그걸 뛰어넘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 가능하다면 정말 멋진 에너지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것을 ‘건전한 중독상태’라 부르고 있습니다만,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한번 더 이걸 맛보고 싶다’는 식의 고질병이 되어 버리지요.
장르, 국경 등의 경계를 넘어서 음악적인 시너지로 연결한다. 그런 양방언의 자세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한 이벤트가 2013년에 시작된 ‘JEJU MUSIC FESTIVAL’. 양방언의 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제주도에서 열리는 본격적인 야외 음악 이벤트이다. 첫해에는 양방언 작곡 ‘해녀의 노래’(2014)를 제주교향악단 및 30명의 해녀와 함께 연주. 2년째에는 인기 록 밴드 ‘국카스텐’의 출연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한국 전통음악을 계승하는 음악가 등 총 150명에 의한 연주가 실현되었다. 3년째(2015년)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더욱 폭넓을 아티스트가 출연하여, 관객동원 1만명을 기록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작년(2016년)은 쿠바의 라틴 재즈 밴드, CESARLOPEZ&HABANA ENSEMBLE이 출연해서 멋진 연주를 들려 주었습니다. 관객 모두가 팝이나 록만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을 보고 그 장소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연출해 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올해(2017년)의 ‘JEJU MUSIC FESTIVAL’에는 미야자와 카즈후미(宮沢和史) 씨, 기타 인스트 DEPAPEPE가 출연합니다. 일본 아티스트가 본격적으로 참가해 주는 건 처음으로 정말 기대되네요. 최종적으로는 저는 모든 것을 제주도에 돌려주고 싶어요. 음악을 통해서 ‘여름의 제주도는 최고’라는 것을 실감해 준다면, 그게 저의 숙원입니다.”
“흥미를 가지는 곳에 나아가서, 새로운 문을 열고. 그것을 계속함으로써 사람이나 장소가 이어져 나간다. 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국경을 넘는다’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하는 양방언. 음악을 매개로 출신이나 국적, 활동의 필드가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양방언의 존재는 앞으로도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글:모리 토모유키(森 朋之)
양방언(梁 邦彦)
1960년 출생. 국적은 한국(일본 거주). 작곡가, 연주가, 프로듀서.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에서 수많은 팝 싱어와 공동 작업, 나아가 솔로활동도 계속하고 있음.
JEJU MUSIC FESTIVAL2017
https://www.facebook.com/jejumusicfestival/
양방언 LIVE
12월 24일 (일) 도쿄 그로브좌
OPEN 17:00 START 17:30
전석 지정석 7,000엔(세금포함)
http://ryokunihi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