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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6주 연속기획 <새로워졌을지 모르는 홍상수> 셋째주
장건재가 이야기하는 홍상수. 배우의 반짝임을 이끌어 내는 능력.

1996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밴쿠버 국제영화제 드래곤&타이거상을 수상한 홍상수. 그 전해에 같은 영화제에서 같은 상을 수상한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이었다. 그리고 2009년 ‘회오리바람’으로 장편 데뷔를 해내고 같은 상에 빛나는 감독이 장건재다. 나라현을 무대로 한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로 부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해냈고, 제2의 홍상수,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고 칭해지는 그가 홍상수 작품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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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은 데뷔작부터‘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까지 전부 봤습니다. 처음에 본 작품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한국의 모던 시네마의 제2장은 홍상수 감독님으로부터 시작된건 아닐까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에 저는 아직 학생이어서, 초기 작품은 영화를 공부하겠다는 자세로 봤지만, 홍상수 감독님이 프로덕션을 세우고 제작과 연출을 겸하게 된 ‘극장전’(2005) 이후의 작품은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즐기면서 감상하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 이전의 작품은 산업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봉도 홍보도 규모가 컸지만, 프로덕션 설립 후에는 보다 작가성이 강한 작품을 만드셨어요. ‘북촌방향’이나 ‘옥희의 영화’ 같은 작품은 굉장한 놀라웠습니다.

2015년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부터 김민희씨와 콜라보를 시작하였고, 그전까지와는 또 다른 영화를 만드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해야할까요? 지금까지의 작품이 인상파 작가 같은 작업, 감독이 느낀 인상을 자유연상법 같은 형태를 자아냈다면,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부터는 보다 추상적이면서도 메시지가 한층 선명해 진 느낌이 듭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는 영화감독이 그림을 그리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는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남성은 기혼자이고, 독신여성을 사람하고, 자신이 결혼했다는 걸 후회합니다. 지금까지의 작품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영화가 보다 아름다워졌다고 할까요. 특히 엔딩 씬에서 그렇게 느꼈는데, 지금까지의 작품이 남자주인공에게 실패나 좌절을 안겨주었다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조금 다른 시야, 로맨틱한 느낌을 감돌게 했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김민희씨와의 화학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마무리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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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김민희씨는 이전부터 멋진 배우이지만 특히나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한층 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인물로 등장합니다. 여러 작품에서의 연기를 보고 싶지만 지금은 홍상수 감독님 외에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아서 그 점은 조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왜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씨가 영화감독과 불륜관계인 배우를 연기하여, 홍상수 감독님과의 스캔들 발각 이후에 공개되어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상당히 용감한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 후’는 타이틀부터 후일담이라는 인상이지요. 끝난 연애를 회고하는 듯한 느낌. 작품과 사생활은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문득 ‘두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된 것일까?’라는 상상이 머리 속을 스치기도 했습니다.

이 ‘그 후’에서는 제가 감독한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김새벽씨가 출연했기 때문에 굉장히 기뻤어요. 아직 개봉 전이지만, 그녀는 홍상수 감독님의 ‘풀잎들’이라는 영화에도 나와요. 전부터 김새벽씨에게는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나오면 좋겠다’고 얘기했었기 때문에 실제로 출연하게 되어 굉장히 반가웠고 놀라웠습니다. 어려운 연기였을 텐데, 훌륭하게 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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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카메라’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 영화제에 초빙된 영화감독과 젊은 여자의 이야기로, 2016년 칸 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부터의 4작품에는 제각각 다른 인물, 시간, 장소가 등장합니다만, 기혼 영화감독 또는 중년남성과 사랑에 빠진 독신 여성,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나 생과 사의 문제 등이 이전의 작품에서는 좀더 동물적인 감각으로 다뤄졌다고 한다면, 이 이야기들은 개념적사고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홍상수 감독님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사를 쓰는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대사를 잘 연기해 낼 수 있는 멋진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하시고 있어요. 그 배우가 다른 작품에 출연했을 때, 홍상수 감독님 작품에서 얼마나 빛나는 연기를 했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배우의 매력을 이끌어 내는 데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의상이든가 많은 조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장비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도 진실된 연기를 하기 적합한 환경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찍는다고 해서 누구나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홍상수 감독님만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생기는, 미학적인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방식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Written by:후지타 레이코(藤田麗子)


‘그 후’
감독・작품:홍상수
출연:권해효 / 김민희 / 김새벽

휴먼 트러트스 시네마 유라쿠쵸 외 전국 순차 로드쇼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클레어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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